서재를 정리하다 보면 가끔 "내가 대체 이 책을 왜 산 거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이런 책들은 집안 정리 시 우선적으로 퇴출 대상으로 지정되곤 합니다.
하지만 이런 성가신 책들을 효과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부지런하고 알뜰한 방법이 필요합니다.
부지런한 사람들은 종종 헌책방에 내다 팔기도 하지만, 그 전에 팔 것인지 고민이 듭니다.
헌책이 어디서 돈이 되는 물건이어야 판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나 자신은 공공도서관에 기증하거나 재활용품으로 버리는 쪽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책 한 권이라도 읽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렇기에 수백 권의 책이 매주 들어오는데, 현실적으로 모두를 다 읽을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책을 고를 때에는 어떤 책을 선택할지 결정하는 안목이 중요합니다.
가치 있는 독서를 위해서는 좋은 책을 고르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서점에서 주인에게 "요새 어떤 책이 잘 나가나요?"라고 물어보거나
'베스트셀러' 코너를 둘러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누구나 좋은 책을 쉽게 고르는 것은 어렵지만,
독자의 취향과 목적에 맞는 도서를 찾기 위한 노력은 중요합니다.
이 글은 결국 개인적인 경험과 주관적인 견해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에
모든 독자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법칙은 아닙니다. 다만, 독서를 시작하려는 분들에게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좋은 책을 찾는 여정에서 여러분 모두 행운이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1. 우선 베스트 셀러 보다는 스테디 셀러 코너를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
물론 베스트셀러도 좋은 책이 많다.
그러나 아무래도 스테디셀러에 비해서는 '검증'이 덜 된 책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 우려 된다.
실제로 세월이 지나서 버려야 할 책을 추려낼 때 가장 흔히 보이는 책들이 '한 때 베스트셀러'에 해당되는 경우가 많다.
스테디셀러는 꽤 오랫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책들이 많아서 아무래도 베스트셀러보다는 좀 더
오래두고 읽을 확률이 높다고 말해야겠다. 화려한 반짝 스타보다는
조용하지만 꾸준한 강자를 선택하는 편이 좀 더 낫다는 생각이다.
물론 베스트셀러도 옥석을 잘 고르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2. 고전을 무서워 하지 말아야 한다.
안전성을 고려하면 고전만큼 좋은 선택도 드물다.
길게는 천년이 넘도록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목록이니 당연하다.
고전이 생각하는 만큼 어렵고 지루한 책만은 아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이라든지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박지원의 <양반전> 따위는 일단 읽기 시작하면 무서운 몰입감을 발휘하는 '재미 있는' 책들이다.
고전도 그 시대에는 '대중적인' '베스트셀러'인 경우가 많다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내 인생의 소설'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 드는 멜빌의 <모비딕>같은 소설은 난해하다고
느끼는 독자도 있겠지만 하루에 몇 페이지를 읽어서 완독하는 데 몇 달이 걸리더라도 웬만한
다른 책 열댓권을 읽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는데 기능이나 디자인이 큰 차이가 없는데
단지 명품이라는 이유만으로 몇 갑절 비싼 경우가 허다한 다른 물건에 비해서
내용이 명품이라고 해서 딱히 비싸지 않은 고전은 매력적인 것이 분명하다.
3. 출판사에도 전문 영역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가령 순수문학에 '창작과비평사', '민음사', '문학동네'가 있다면 인문 관련으로 '소명출판사'라는 거대한 산맥이 있다.
독자들에게 덜 알려져서 그렇지 당장이라도 인터넷서점에서 소명출판사의
출간 목록을 검색하면 신세계가 보이리라. 표지디자인은 다소 촌스럽지만
'까치출판사'도 굉장히 훌륭한 인문서적을 많이 낸다.
해외문학은 단연 '열린책들'이 돋보인다. 이 출판사는 애초에 러시아문학전문을 표방했는데
다른 해외문학도 눈여겨볼 만하다. 장정과 표지디자인 그리고 번역이 수준급이다.
과학분야에서는 '사이언스북스'가 선두주자인데 출판사의 이름에 사이언스를 표방한 만큼 오로지
과학분야의 책만 내는 고집쟁이다. 젊은 감각과 과학적 사고로 지식과 문화의 크로스오버를 지향하는
'동아시아사'도 주목할만하다. '동아시아사'는 주로 출간하는 과학책 말고도 인문 관련 서적도 출간하는데
모두 진국이다. '지호'는 미시적인 관점의 흥미로운 책을 많이 낸다.
사진과 예술분야에서는 '열화당'과 '눈빛'이 양대 산맥이다.
특히 눈빛출판사는 형식은 내용을 담는 그릇이다라는 기치하에 사라져가지만
소중한 장면을 담은 사진집들이 매우 훌륭하다. 역사쪽으로 넘어가면 '푸른역사'가 원탑이다.
그 외에 에세이는 '마음산책'이 경제경영 쪽은 '더난'이 선두주자다.
4. 책도 충동구매가 심한 품목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물건값이 비싼 다른 취미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단가인
책은 의외로 충동적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책을 살 때는
한발짝만 뒤로 물러서서 생각을 다시 해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5. 일단 깊게 생각해서 꼭 필요하고 두고 두고 읽을 책이다라는 판단이 서면 미리 사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당장 다른 읽을 책도 있고 시간이 없더라도 사두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
우리나라 출판계는 절판이 너무 잦아서 나중에 생각이 나서 사려고 챙기면
사고 싶어도 사지 못하는 절판본이 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좋은 책을 곁에 두면 언젠가는 읽게 된다는 격언은 틀리지 않다.
6.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제목'에 끌려 책을 사는 경우가 많은데 주의해야 한다.
나만 해도 그렇다. 야구를 좋아하는 내가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라는 소설을 무심결에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과 같은 야구에 관련된 재미난 소설인 줄 알고 샀는데 적잖이 실망한 경우가 있다. 물론 20세기 일본의 포스트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소설이긴 하지만 애초에 기대했던 내용은 아니었다. 또 일반적으로 자기계발서적에 독자의 이목을 끄는 '요상한' 제목이 많은데 제목보다는 내용을 요모조모 따져보는 것이 좋겠다.
7. 종이신문이나 서평잡지를 구독해야 한다.
요즘 시대에 누가 종이신문을 볼 시간이 어딨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종이신문은 좋은 책을 소개 받는 가장 편리한 매체다. 물론 인터넷에서도 서평기사를 검색해서 읽을 수 있지만 일삼아 찾는 경우와 자연스럽게 펼치면 보이는 경우는 굉장히 큰 차이가 있다. 종이신문의 서평기사를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독서트렌드와 좋은 책을 고르는 눈이 길러진다고 믿는다. 종이신문이나 서평잡지를 읽지 않고 책을 고르는 것은 마치 나침반 없이 항해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주목할 만한 서평잡지로는 <기획회의>, <책 Chaeg>, <비블리아>가 있다.
8.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독서모임에 참가해보자.
때로는 전문가나 대단한 독서고수보다는 평범한 다른 동료 독서가에게서 추천받는 책이 눈높이도 맞고 읽기에 적합하다고 느껴진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자신이 이해하기 어렵다든지, 관심 분야가 전혀 아닌 책은 읽기에 아무래도 부담스럽다. 또 독서모임을 통해서 같은 책인데 다른 사람에게는 어떻게 읽히는지 확인하는 일은 독서의 또다른 즐거움이다.
9. 만화나 자기계발서라고 무작정 무시할 일은 아니다.
만화는 텍스트로 된 매체보다 훨씬 이해하기 쉽고 장점이 많은 매체다
나만해도 조선시대에 대해 궁금한 것이 생기거나 의문이 생길 때
제일 먼처 펼쳐보는 것이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이고 파우스트 같은
난해한 고전의 워밍업으로 <만화로 읽는 불멸의 고전시리즈>를 들쳐본다.
아무리 자기계발서라도 해도 <카네기 인생론>같은 책은 꼭 한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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